봄이 왔다! 발아 · 육묘의 정석!
1. 베테랑 농부가 오랫동안 옥수수 발아로 고민한 이유는?
- 후쿠시마현 히가시야마 히로유키
히가시야마 씨는 8.7ha에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데 ‘유기농 채소 교실’이라는 책을 펴냈을 만큼 채소에는 일가견이 있다. 그는 보통 종이포트묘를 사용하는데, 플러그묘와 비교해 손이 덜 가고 뿌리 활착에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채소와 달리 옥수수는 뿌리가 웃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플러그묘(셀 트레이 묘)를 쓴다.
“그런데 종이포트묘를 쓰든 플러그묘를 쓰든 직파보다 발아가 안 좋더라고요. 배를 아래로 향하게 심으면 발아가 잘 된다는 말을 듣고 시험해봤습니다만, 그래도 발아율이 50% 정도 낮았습니다.” 히가시야마 씨는 직파가 왜 발아율이 높은지 계속 고민해왔다. 그러다 최근에 답을 찾았다. 그 원인은 바로 토양 수분이었다.
파종 후에 물을 주지 말 것
그는 원래 종이포트묘, 플러그묘 가리지 않고 파종을 할 때 물을 줬다. 물론 육묘용으로 쓰는 흙은 상토였기 때문에 수분 흡수력이 우수해 눅눅한 상태가 됐다. 그런데 직파로 옥수수를 심으면 물을 주더라도 과습한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 파종 직후에 급격하게 수분을 공급해서 발아율이 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히가시야마 씨는 파종 전에 포트와 트레이에 뿌리는 물의 양을 줄였다. 물은 흙을 손으로 쥐면 뭉칠 정도, 토양 수분 60% 정도로만 줬다. 반나절이 지나 마른 흙에 파종한 후, 나중에 상태를 살펴보니 예상대로 발아율이 크게 올랐다.
씨 껍질이 얇으면 관수에 주의?
십자화과, 박과, 가지과 등 다른 채소는 파종 후에 물을 줘도 문제가 없었다. 히가시야마 씨는 “옥수수는 껍질이 얇아 물이 빨리 흡수되는데, 건조한 상태에서 갑자기 수분이 공급되면 너무 빨리 팽창돼서 조직이 붕괴하는 것 같다. 뜨거운 물을 유리잔에 부으면 깨져버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은 씨나 껍질이 두꺼워 수분 흡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씨는 괜찮은 거 같다고.
어디까지나 가설이기 때문에 발아율이 낮아지는 원인이 팽창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강낭콩이나 대두에서도 옥수수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는데, 콩류는 껍질이 얇아 수분 흡수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껍질이 얇은 종자의 발아가 잘 안 될 때는 수분량을 조절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 옥수수나 강낭콩을 온상에서 재배하면 발아율이 떨어진다. “처음에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었는데 책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농가를 봤어요. 앞선 제 생각이 맞다면, 온도가 높은 탓에 생육이 활발해져 더 많은 수분이 흡수됐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발아가 된 후에 온상을 쓰고 있어요. 다른 분들도 좋은 방법을 찾아내서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